“근로자는 아니지만 괴롭힘은 있었다”…故 오요안나 사건, 고용부 이례적 판단에 방송계 충격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 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만한 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며 방송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에서 소외돼 온 방송 종사자들의 현실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르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7일 발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에서 “기상캐스터는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괴롭힘으로 볼 만한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고용부의 기존 입장과는 상반된 이례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그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제도권에서 배제돼 온 방송인의 권익 보호에 있어 중대한 선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오요안나 씨는 2021년부터 MBC 보도국 기상팀에서 일하며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얼굴로 자리매김했으나, 2023년 9월 갑작스레 생을 마감했다.
이후 3개월 만에 발견된 유서에는 고인이 방송사 내부에서 겪은 반복적인 괴롭힘과 정신적 고통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특히 직장 내 특정 인물과의 갈등, 외면받는 상황에서 느낀 소외감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고용노동부는 고인의 유족이 MBC의 자체 진상조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노동조합 측이 추가 피해 사실과 함께 특별감독을 청원함에 따라 조기에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하게 되었다.
감독팀은 MBC의 조직문화 전반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괴롭힘 정황 외에도 시사교양 부문 프리랜서 PD 및 스태프의 근로자성도 일부 인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이들에 대한 근로계약서 작성 등 시정조치를 MBC 측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용부의 판단은 방송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외주’라는 명목 아래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음에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방송 종사자들에게 보호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실질적 사용종속관계를 고려한 새로운 근로자성 판단 기준의 도입과, 프리랜서 노동자의 인권 보장 방안이 제도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지난해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와 관련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고용부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오 씨 사례는 단순한 행정 결정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노동권 보호 사각지대에 있는 방송 종사자들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MBC와 방송계 전반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문화와 인력관리 방식의 개선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사진 출처 : 고(故) 오요안나 SNS